TO FEEL and TO HEAR THE CALL
느끼고 요구를 듣는다
Baek Kyungho
29 AUGUST - 02 OCTOBER 2025
눈 컨템포러리는 오는 8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백경호의 개인전 《느끼고 요구를 듣는다》를 개최한다. 백경호의 회화는 물질성과 시간성, 그리고 회화의 자율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품고 있다. 작가에게 유화 물감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고유한 흔적과 질감을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주체와도 같다. 응집되고 겹겹이 쌓인 물감의 표면은 언제나 낯설고 기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자연스러움과 비자연스러움의 경계에 놓여 있으며, 오직 회화라는 장(field)에서만 가능한 감각이다. 이러한 표면의 생경함은 백경호에게 작업의 동력이자, 새로운 화면을 열어가는 출발점이 된다.
작업의 과정은 느리지만 집요하게 진행된다. 작가는 붓, 나이프, 긁개 등을 사용하여 물감을 밀고 쌓으며, 그 결과로 표면에 남겨진 텍스처를 오랫동안 응시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회화는 단순히 다루어지는 대상을 넘어 자율적인 생명으로 전환되는데, 작가는 이때를 ‘인식점’이라 부른다. 그것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계기로, 회화가 방향을 갖는 순간이다. 이때 그림은 작가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그는 그 요구에 응답한다. 전시 제목 《느끼고 요구를 듣는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되었다. 이렇듯 백경호에게 회화는 완결된 결과가 아니라, 호흡과 시간을 응축하며 회화가 스스로의 방향을 갖는 순간이다.
최근 작가는 다시 사각 화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원형과 사각형을 병치하거나 전형적인 프레임을 우회하는 실험을 거쳐, 이제는 기본적인 사각 프레임 안에서 물감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완결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구도의 실험을 넘어, 표면·형식·물질이 얽히며 드러나는 회화의 가능성을 다시 묻는 시도이다. 다양한 도구로 물감을 쌓고 긁어내는 과정에서 화면을 조화롭게 다듬어진 이미지가 아니라, 행위와 에너지의 균형점을 찾고 기록하는 장으로 형성시키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업들은 이 같은 회화적 탐구와 응답의 과정을 기록한 궤적이다. 물감이 남긴 표면은 우연과 직관, 관찰과 기억이 교차하며 형성된 흔적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간성을 이룬다. 작가는 이를 지배하거나 통제하기보다, 회화가 스스로 요청하는 방향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한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반복적 재현의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순간적인 직관이 개입하는 지점에서 회화적 사유의 전환점을 마련한다. 관객은 화면을 단순히 ‘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물질적 흔적과 작가의 응답이 교차하는 현장에서 그 발생 과정을 함께 ‘겪는’ 존재로 초대된다.
전시 《느끼고 요구를 듣는다》는 이처럼 회화를 매개로 한 대화의 자리이다. 화면은 하나의 독립된 세계처럼 우리 앞에 놓이지만, 그 이면에는 작가가 느끼고 응답해온 시간과 행위가 켜켜이 축적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백경호가 회화와 맺어온 긴밀한 대화의 기록이자, 회화가 스스로 발화하는 힘을 드러내는 현장으로 자리한다.